‘왜’는 왜 중요하고 왜 익숙해져야 할까?

서론

개발 공부를 시작하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항상 ‘왜’라는 의문을 품고 이유를 찾으며 탐구하는 정신을 가져라”였다. 개발 관련 강의를 들을 때에도, 심지어는 채용 공고에도 이와 유사한 문구는 자주 등장했었다. 벌써 이 글의 제목에만 해도 ‘왜’라는 단어가 3번이나 들어갔다. 결국 이 글을 적고 있는 나도 ‘왜’에 대한 고찰을, 또 나중에 이 글을 읽으려고 들어오는 사람도 결국엔 ‘왜’라는 의문을 품고 들어왔을 것이기에 그만큼 ‘왜’라는 것은 굉장히 원론적이고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굉장히 말장난 같기도 하고 철학적인 주제인 것 같은 이 ‘왜’에 대해 내가 가진 생각을 조금 적어보려 한다.

‘왜’는 왜 중요할까?

그렇다면 대체 ‘왜’가 무엇이길래 이것에 대해 항상 고민하라는 것이며, 뭐가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사실 이것은 비단 개발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른 공부를 할 때에도, 게임을 할 때에도, 사람과 대화를 할 때에도, 삶을 살아갈 때에도 중요한 것이 ‘왜’이다. 모든 것에 대한 탐구는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질문이 없다면 그 부분에 대한 탐구는 끝이 난다. 심지어 어떤 ‘왜’냐에 따라서, 또 알고 싶은 ‘왜’의 깊이에 따라서 탐구의 깊이도 함께 달라지며 그 분야에 대한 흥미까지도 좌지우지한다. 보통은 ‘왜’라는 질문을 똑똑하게 할 줄 아는 사람들이 학습에 있어 유리한 모습을 보인다.

‘왜’가 다 같은 ‘왜’가 아니다.

우선 간단한 예시를 하나 보자.

Q. 어떤 사람이 한 겨울에 길을 걷다가 빙판 위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이 사람은 왜 넘어진 것 일까?

이 질문은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이 질문에 답변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돌아오는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

  • 답변자가 어린 아이라면?
    A. 빙판은 미끄럽기 때문에 넘어졌다.

  • 답변자가 물리학도라면?
    A. 빙판을 밟는 순간 마찰과 압력에 의해 얼음이 녹으면서 물로 바뀌게 되는데, 그 물이 빙판 위에 굉장히 얇은 막을 형성하면서 빙판과 발 사이에 공간이 생겨 미끄러지게 되므로 넘어졌다.

  • 답변자가 피해 원인을 조사하는 보험사 직원이라면?
    A. 빙판 앞의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이 바닥에 물을 뿌렸기 때문에 넘어졌다.

물론 모든 어린 아이, 물리학도, 보험사 직원이 이렇게 답변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예시의 핵심은 “답변자는 자신이 아는 지식 선에서 답변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질문은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답변자가 가진 지식 수준이나 종사하고 있는 분야 등에 의해 답변은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질문에 대한 더 많은 탐구를 했거나 지식을 가진 사람이 더 자세하고 깊은 답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답변들을 들었을 때 질문자가 모든 답변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것은 또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왜’라는 질문은 답변자 뿐만 아니라, 질문하는 사람 또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똑똑한 답변자가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설명을 해주더라도, 질문하는 사람의 지식 수준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답변이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고, 나아가 질문에 대한 흥미마저도 잃어버릴 수 있다.

‘왜’를 묻기 전에 어떤 ‘왜’를 물을지 알아야 한다.

다음은 어떠한 문구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왜’에 대한 예시이다.

오미크론 예방을 위해 가급적 KF94 마스크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

  1. 마스크를 착용하면 ‘왜’ 코로나가 예방되나요?
  2. 마스크를 착용하면 호흡기가 보호되는 것인데, 호흡기가 보호되는 것이 ‘왜’ 코로나를 예방해주나요?
  3. 마스크를 착용하면 호흡기가 보호되고 외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예방이 되는 것인데 ‘왜’ 덴탈마스크나 천 마스크가 아닌 KF94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나요?
  4. KF94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비말 속 오미크론을 차단하여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것인데, ‘왜’ 몸 속에 오미크론이 들어가게 되면 감염되는 것인가요?

이 외에도 다양한 ‘왜’에 대한 질문이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각 질문들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무엇을 알고 싶은지에 대해 잘 드러내고 있는가에 대한 점이다. 1번과 같은 질문은 답변자의 입장에서 대답을 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넓다. 다시 말해, 답변자는 이 질문자가 정확히 무엇을 알고 싶은지, 또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알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이런 경우 답변자는 어디서부터 설명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고, 또 어디까지 설명해줘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하며, 결국 질문자가 궁금해하던 점에 대해서는 답변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3번이나 4번의 질문의 경우 1번에 비해 확실히 질문이 구체적이며, 답변자의 입장에서 대답을 할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 좁혀져 있다. 물론 전문적이고 분야에 대한 높은 지식 수준을 가진 답변을 원하는 것인지 혹은 단편적인 원인만을 알고 싶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시작부터 좁은 범위에서 시작하여 이후 추가적인 ‘왜’라는 질문을 통해 깊은 탐구를 하기 더 용이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공부에서, 특히 개발에서 이를 적용해 본다면?

어떠한 공부든지 모두 원인에 따른 결과에 대한 논리적 흐름이 존재한다. 이 흐름을 이해했을 때가 비로소 제대로 된 학습을 했다고 볼 수 있기에 이 흐름을 따라가며 공부하는 것이 학습 효과가 높다. 만약 이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 단순히 외워서 공부를 했을 때에는 외운 것만 재사용할 수 있을 뿐 그 지식을 재활용할 수는 없고 결과적으로 흥미까지 잃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스택을 공부할 때, 또 강의를 들을 때 등장하는 코드들에는 모두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에 따른 원형과 이론이 존재한다. 항상 ‘왜’라는 질문을 통해 “이 코드는 ‘왜’ 이렇게 작성이 됐을까?”, “이렇게 작성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왜’ 사용하지 않았을까?”, “이 코드는 ‘왜’ 작동을 하는 것일까?” 등 차근차근 논리적 흐름을 짚어가는 적절한 ‘왜’라는 질문을 제기하며 공부해 나가야 한다. 즉, 잘 질문할 수 있어야 하고 잘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이전에 공부했던 내용들과 새로 공부하는 내용이 만나는 접점이 생기고, 그 접점을 활용하는 다른 코드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개발 공부이자 흥미를 잃지 않고 즐겁게 개발하는 방법이다.

Categories:

Published: